[한국일보] CES 누빈 K스타트업..."혁신 기술 개발해도 국내선 규제에 출시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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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작성일
2022-01-12 15:06
조회
10889
CES 전시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4곳
혁신 기술 개발했지만 규제 어려움 호소
"현장 공무원에게 규제 풀 재량 줘야"
답답한 마음부터 토로했다. 경쟁력은 충분했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출시조차 하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읽혔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 행사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워프솔루션의 조민희(36) 과장이 전한 심정은 그랬다. 조 과장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굉장히 필요한 기술 제품이고, 선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잡한 규제 탓에 국내에서 선보이지 못한 워프솔루션의 원거리 무선 충전 기기는 CES 2022 전시장을 방문한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기술 문의와 투자 제안까지 받았다. 스타트업 부스로 구성된 CES 유레카파크 전시관에선 워프솔루션처럼 규제에 발목 잡혀 자사의 기술력을 맘껏 뽐내지 못한 스타트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美 경쟁사는 제품 출시
2016년 창업한 워프솔루션은 무선주파수(RF) 기술을 이용해 원거리 무선충전 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빛을 쏘이면 여러 기기가 무선으로 충전되는 방식이다. 기존 무선충전기의 경우 패드에 제품을 접촉시켜야만 했기에 진정한 무선충전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해당 기술은 산업용 IoT 및 의료용 기기 충전에 활용할 경우 유용하다. 복잡한 기기 내부에 있는 저전력 센서나 인공 심장 박동기의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외부에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선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없어, 제품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 과장은 "해외의 경우 '이거 이거 빼고 할 수 있다'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인 반면 우리는 '이거만 해'식의 포지티브 규제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가 어렵다"며 "미국의 경쟁사가 이번엔 실제품으로 CES 2022 행사에 참가했다고 해서 조바심이 든다"고 전했다.
코코넛사일로의 화물차 O2O 서비스. 코코넛사일로 제공
현장에서 만난 화물차모빌리티 스타트업 코코넛사일로의 사정도 유사했다. 이 업체는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기반 비대면 화물차 유지보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화물차 유지보수 플랫폼의 경우 현재는 비대면 정비 예약 서비스만 제공된다. 화물차의 경우 유상임대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태원(30) 코코넛사일로 이사는 "화물차는 수리하는 데 자동차와 달리 길게는 수개월까지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운전기사들도 별도 수익창출을 못하고 있다"며 "해외에선 합법인 만큼 규제가 풀린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다각화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효성 없는 제도 대체할 수 있는 스타트업 혁신 서비스
CES 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펫나우. 펫나우 제공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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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술 개발했지만 규제 어려움 호소
"현장 공무원에게 규제 풀 재량 줘야"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 행사에서 국내 스타트업인
워프솔루션은 원거리 무선 충전 기기를 선보였다. 안하늘 기자
답답한 마음부터 토로했다. 경쟁력은 충분했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출시조차 하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읽혔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 행사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워프솔루션의 조민희(36) 과장이 전한 심정은 그랬다. 조 과장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굉장히 필요한 기술 제품이고, 선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잡한 규제 탓에 국내에서 선보이지 못한 워프솔루션의 원거리 무선 충전 기기는 CES 2022 전시장을 방문한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기술 문의와 투자 제안까지 받았다. 스타트업 부스로 구성된 CES 유레카파크 전시관에선 워프솔루션처럼 규제에 발목 잡혀 자사의 기술력을 맘껏 뽐내지 못한 스타트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美 경쟁사는 제품 출시
2016년 창업한 워프솔루션은 무선주파수(RF) 기술을 이용해 원거리 무선충전 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다. 빛을 쏘이면 여러 기기가 무선으로 충전되는 방식이다. 기존 무선충전기의 경우 패드에 제품을 접촉시켜야만 했기에 진정한 무선충전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해당 기술은 산업용 IoT 및 의료용 기기 충전에 활용할 경우 유용하다. 복잡한 기기 내부에 있는 저전력 센서나 인공 심장 박동기의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 외부에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선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없어, 제품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 과장은 "해외의 경우 '이거 이거 빼고 할 수 있다'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인 반면 우리는 '이거만 해'식의 포지티브 규제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가 어렵다"며 "미국의 경쟁사가 이번엔 실제품으로 CES 2022 행사에 참가했다고 해서 조바심이 든다"고 전했다.
코코넛사일로의 화물차 O2O 서비스. 코코넛사일로 제공
현장에서 만난 화물차모빌리티 스타트업 코코넛사일로의 사정도 유사했다. 이 업체는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기반 비대면 화물차 유지보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화물차 유지보수 플랫폼의 경우 현재는 비대면 정비 예약 서비스만 제공된다. 화물차의 경우 유상임대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태원(30) 코코넛사일로 이사는 "화물차는 수리하는 데 자동차와 달리 길게는 수개월까지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운전기사들도 별도 수익창출을 못하고 있다"며 "해외에선 합법인 만큼 규제가 풀린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다각화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정지원(가운데) 알고케어 대표가 CES 2022 전시장에서 헬스케어 솔루션 '나스'를 소개하고 있다. 안하늘 기자
알고케어 역시 각종 규제로 국내에서 생존하기 어려웠지만 개인정보에 민감한 법조계의 경험을 가졌던 창업자의 이력 덕분에 문을 열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정지원(39) 알고케어 대표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4년간 변호사로 일한 법조인 출신이다. 정 대표는 "개인정보 관련해서 굉장히 헷갈리고, 해야 하는 절차가 많아져 스타트업 내부에 법률 지식이 없으면 놓치고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그런 사안을 알다보니 처음부터 개인정보 이슈가 없도록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공무원에게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일정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정 대표는 "실무에 있는 공무원도 상황에 안 맞는다고 인식하지만 뭘 해줄 수 없어 답답해 한다"며 "실무자에게 재량을 주면 많은 부분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실효성 없는 제도 대체할 수 있는 스타트업 혁신 서비스
CES 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펫나우. 펫나우 제공
CES 2022에 참석한 펫나우의 경우엔 실효성 없는 규제 탓에 만들어진 서비스로 현지에서도 주목됐다. 펫나우의 주요 서비스는 인공지능(AI) 반려동물 인식 분야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는 반려견 체내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방식이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주들의 마이크로칩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10만 원가량의 수술 비용도 부담인 데다,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한 별도 장비도 걸림돌이다. 이에 시행한 지 7년이 지난 동물등록제의 도입률은 20%를 밑돌고 있다. 이에 착안한 펫나우에선 AI 안면인식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반려견마다 코 무늬(비문)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앱으로 사진만 찍어도 99%의 정확도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펫보험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펫나우의 설명이다. 임준호(54) 펫나우 대표는 "이전에도 펫보험이 있었는데 신원확인이 어려워 가입자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보험료도 비싸고, 병원비도 비싼 악순환"이라며 "손쉽게 본인인증이 된다면 펫보험 시장이 커질 수 있어 국내 보험사뿐 아니라 미국 업체서도 많은 문의가 온 상황이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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